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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림 · ―

 모두가 포근한 동굴에서 동면하는 동안 계절은 벌써 여섯 번 얼굴을 바꿨습니다. 활짝 문을 열고 불안정한 대기의 흥분을 빼닮은 흰 구름을, 때이른 습하고 축축한 햇살을, 그 후끈한 풍경을 가슴에 함껏 채워봅니다. 팽팽하게 편 가슴으로 내딛는 생생한 걸음에는 약간의 호승심과 약간의 설렘이 있습니다.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가자는 정다운 말은 사라졌지만 늘 얼굴 반만 겨우 봐 아직도 서로가 어색하지만 우연으로 인연으로 만나 또 이렇게 함께 어떤 해의 반을 함께 걸어와서는 가장 뜨거운 정점에 섰습니다. 여름은 푸르고도 붉은, 불안정한 계절입니다. 불안정한 것만큼 역동적인 것은 또 없습니다. 한국화회는 이 여름을 턱 끝까지 가득 담아내었다 화폭에 와륵 쏟아내고선 이 다시없을 잔치에 당신을 초대하고자 합니다. 이 잔치의 곡 명은 '열림,' 한껏 내쉰 숨 다음엔 한껏 들이마시는 숨이 있기 마련입니다. 


 냉랭하지만 가장 큰 위로인 여름 물결을 떠 마시고 아플만큼 따가운 사랑을 향해 열린 해바라기를  들이키면 고요한 마음에 천둥이 노래하기 시작합니다. 어질한 시야엔 처음 보는 손님에 살짝 놀라 눈을 땡그랗게 뜬 고양이의 꼬리가 바닥을 탁탁치며 박자를 맞추는게 눈에 들어옵니다. 그 곁을 영원한 겨울 동백이 호응하고 부지런한 夏 객잔 주인 파랑새가 그 선율에 운을 맞춥니다. 어린 시절의 친구들 혹은 임을 기다리는 여인 모두가 시간을 가로지르는 구렁님의 도움으로 제 찬란한 욕망을 꽃피웁니다. 잠깐 지쳐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주저앉은 당신 앞에는 변치않는 고요함으로 우리의 소망을 잘 도닥여주는 자그마한 섬 둘이 그리고 무한한 미소가 휴식처럼 영원히 있을테니. 
 

 당신의 욕망과 기대는 어떤 빛깔이련지. 활짝 열린 문으로 얼른 성큼 다가와 기대와 소망과 환희의 춤을 함께 춰봅시다. 오늘은 손님으로 만났지만 다음엔 동료로 친구로 그렇게 다시 만납시다.

2018131006 독어독문학과 강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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